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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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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준경
작성일
20-10-17 18:28
조회
48회

본문

저는 새벽기도회가 마치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합니다.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밤새 안녕히 주무셨는지 안부를 묻기도 하고, 집에서 대화하실 상대가 없으니 심심하실 것 같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말벗이 되어드리기도 합니다. 바쁘면 서로 안부만 묻고 끊지만, 때로는 한 시간을 넘기면서 통화를 합니다. 지난 월요일은 고구마 때문에 한 시간을 넘겼습니다. 그때 저는 결혼식 주례가 있어서 제주도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집 안에 있는 텃밭과 집 밖에 있는 텃밭과 아버지 묘가 있는 산밭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취미삼아 집 안에 있는 텃밭만 농사를 짓도록 했습니다. 집 밖에 있는 텃밭은 정부에, 산밭은 동네 아주머니에게 무료로 농사를 짓도록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저 모르게 집 밖에 있는 텃밭에서 세 두럭, 산밭에서 한 두럭을 다시 돌려받아서 농사를 짓고 계셨습니다. 어머니가 산밭을 가시려면 30분은 걸어야 합니다. 어머니는 그곳에 고구마를 한 두럭 심으셨습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물을 길어다가 주면서 정성껏 기르셨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가보니 어떤 도둑이 어머니 밭에서 고구마를 캐갔답니다. 모두는 아니고 한 두럭에서 절반 정도를 캐갔답니다.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랬겠느냐고 하셨지만, 저는 많이 속상했습니다.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왜 남의 밭에서 고구마를 도둑질 할까요?

 
제주도의 결혼식은 감귤농장의 잔디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귤을 수확하기 시작했습니다. 귤은 일찍 따면 당도가 떨어져서 정부에 신고하고 출하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부터는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된 것입니다. 농장의 나무마다 노랗게 익은 귤들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하나 따서 먹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고구마 밭이 생각나서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이 계셨으면 허락을 받고 따서 먹었을 것 같은데, 주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무 밑에 떨어진 것들은 괜찮을 것 같아서 주어봤는데, 한쪽이 썩어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귤을 따먹지 못했습니다. 고구마 덕분에 죄를 짓지 않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