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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닯다 어이 하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준경
작성일
20-01-18 00:12
조회
1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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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명절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고향에 내려가는 것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님이 음식을 준비하시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셨기 때문입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간단하게 사다가 먹자고 하는데도 어머니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자녀들을 예전처럼 잘 먹이고 싶으신 것입니다. 그런데 늙은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까 어머니에게도 명절이 부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명절에 어머니를 서울로 올라오시도록 했습니다. 어머니가 서울로 올라오시는 것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어머니는 무거운 짐을 들고 오십니다. 빈손으로 오시라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것저것 추수한 곡식을 잔뜩 싸가지고 오셔야 마음이 편하신 분입니다. 많은 짐을 들고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시고 오셨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무거운 짐이 있을 때는 택시를 타고 다니시라는 말씀을 수도 없이 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장모님이 해주신 요리입니다. 장모님과 저는 좋아하는 음식이 똑같습니다. 저는 위(胃)가 약해서 과식을 하면 속이 쓰립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장모님이 해주신 음식을 먹으면 많이 먹어도 속이 편합니다. 싱겁고 심심하지만 원재료 본래의 맛을 살리는 장모님의 요리가 저에게는 최고입니다. 장모님의 음식을 먹는 것은 저에게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모님도 늙으시니까 점점 일하시는 것이 힘드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주 아프십니다. 힘드시니까 나가서 사먹자고 말씀을 드려도 장모님은 본인이 직접 만들어주셔야 하는 분입니다. 장모님이 아프신 몸으로 우리 때문에 힘겹게 요리를 하실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장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싶은데 사위가 가면 음식을 만드셔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집 앞에서 불쑥 전화를 드리고 찾아뵙기도 하지만, 그렇게 다녀와도 여전히 마음이 불편합니다.
 

자식이 철이 들면 부모님은 세상에 안 계시거나, 너무 늙으셔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음식을 만들어서 먹이시는 것을 즐겨하시던 때 열심히 찾아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